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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한자(漢字)를 처음 배울 때의 기억이다.
내 주변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나도 아주 기본적인 한자 외에는 자기 이름을 한자로 표기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옥편(한자사전)을 찾아 보는 방법을 배웠다. 우리 세대가 어릴 때만 해도 매거진은 많지 않았고 그나마 흔했던 신문의 많은 부분이 한자로 표기 되어 있었으니, 주변에서 한자를 찾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글 신문은 내가 대학생이 되어서야 나오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느 날 집에 혼자 있을 때 였다. 심심...... 옥편을 보는 방법을 배웠으니, 한번 실습을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찾은 한자가 내 이름의 한자 표기였다.
그 중 '오얏 리 (李)'를 찾아 보니, 그 페이지에 그 글자의 사용 사례랄까? 다음 얘기가 있었다.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해석: 오이밭에서는 짚신을 고쳐 신지 않고, 오얏나무 아래서는 관을 고쳐 쓰지 않는다
의미: 오해 받을 행동은 처음부터 하지 마라는 뜻"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당시의 내 지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였다.
어린이의 생각 :1인칭시점: "짚신의 끈을 고쳐 매던지,...... 하여간, 자기 신을 고쳐 신는게 뭐가 잘못된 것이고, 자기 관(모자)를 고쳐 쓰는게 뭐가 잘못된 것이지? 그리고, 대체 '오얏'은 뭐지?"
----- 세월이 흐르고 -----
짚신을 고쳐 신느라, 주저 앉아 있으면,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제 3자가 봤을 때는, 마치 오이 서리를 하는 줄로 오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훗날 알았지만, 오얏은 '자두'를 의미했다.)
자두 나무 밑에서 머리에 쓴 관을 고쳐 쓰기 위해 손을 머리쪽으로 들고 있고, 이를 앞뒤 상황 모르는 사람이 먼발치에서 보게 되면 마치 자두를 따는/따먹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으리라는 얘기이다.
누군가가 선의의 행동을 했을지라도, 상황에 따라, 그 행동이 타인(상대방/제3자)에게는 전혀 다른 판단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악의적인 행동은 말할 것도 없으리라.
오해 받을 만한 장소/시간/행동...은 조심하라는 얘기이다. 세상은 혼자 또는 아군하고만 사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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